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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여행] 리스본 골목에서 하루를 잃어버렸다 - 알파마에서 트램 28까지

BlogYourStory 2026. 6. 3. 21:32

알파마에서 트램 28번까지

리스본에 오면 대부분 벨렘 탑, 제로니무스 수도원 같은 이름을 먼저 찾아. 그런데 정작 리스본이 리스본다운 건 그런 곳들이 아니야. 언덕 위 낡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, 완전히 다른 도시가 나와.

 

▲ 리스본 벨렘 지구 (출처: 경향신문)

▲ 리스본 벨렘 지구 (출처: 경향신문)

알파마 — 리스본에서 제일 오래된 동네

알파마는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지구야. 8세기에 무어인들이 지은 동네인데,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. 지도 앱을 켜도 소용없어. 골목이 너무 좁아서 위성에도 잘 안 잡히고, 계단인지 골목인지 구분도 잘 안 돼.

건물 벽마다 아줄레주라는 파란 타일이 붙어 있어. 손으로 하나하나 그린 거야. 꽃무늬도 있고, 바다 풍경을 그린 것도 있어. 낡고 군데군데 떨어진 타일 위로 빨래가 널려 있는 골목이 오히려 더 예뻐. 아침 일찍 가면 사람이 거의 없어서 골목 전체를 혼자 걷는 느낌이 나.

한 가지만 기억해. 리스본 골목은 칼사다 포르투게자라는 석회암 돌바닥으로 깔려 있어. 비가 오면 엄청 미끄러워. 예쁜 돌바닥이지만 샌들이나 밑창이 얇은 신발은 진짜 위험해.

트램 28번 — 골목을 달리는 노란 트램

알파마 골목을 트램이 달려. 28번 노란 트램인데, 건물 벽에 거의 닿을 것 같은 좁은 골목 사이를 덜컹거리며 올라가. 이미 엽서나 사진에서 많이 봤을 장면인데, 실제로 보면 또 달라.

트램을 타는 게 좋고, 걸어서 따라가는 것도 좋아. 1147년에 지어진 리스본 대성당 앞을 지날 때가 제일 멋있어. 낡은 노란 트램이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 앞을 지나가는 그 장면 — 셔터를 안 누를 수가 없어.

웨이팅이 심한 걸로 유명하니까 아침 일찍 가는 게 좋아. 관광객이 몰리기 전, 동네 주민들이랑 같이 타는 트램이 진짜 28번이야.

 

▲ 포르투갈 리스본 거리 (출처: 경향신문)

파두 — 밤이 되면 골목에서 새어나오는 소리

해가 지면 알파마가 달라져. 낮에는 그냥 예쁜 관광지처럼 보이는데, 저녁 9시쯤 되면 골목 어딘가에서 파두 소리가 흘러나와.

파두는 포르투갈 전통 음악이야. 기타 반주에 맞춰 한 명이 노래를 부르는데, 사우다드(saudade)라는 포르투갈 특유의 그리움과 슬픔을 담은 감정을 표현해. 번역이 잘 안 되는 단어야. 가사를 몰라도 뭔가 가슴 어딘가가 건드려지는 느낌이 있어.

타베르나(선술집) 문이 조금 열려 있으면 들어가봐. 가게가 작고 어둑어둑해. 포르투갈 사람들은 파두 공연 중에는 조용히 들어. 박수도 공연이 끝난 뒤에 쳐. 그 분위기 안에 잠깐 있는 것만으로도 알파마가 뭘 지키고 있는지 느껴져.

리스본은 언덕이 많아서 골목을 걷다 보면 갑자기 전망대가 나와. 테주 강이 내려다보이는 미라두루(전망대)에서 멈추게 되고, 거기서 해가 지는 걸 보게 돼. 아무 계획 없이 걷다가 그렇게 되는 게 알파마야. 리스본에서 하루를 잃어버리고 싶다면 알파마에서 시작하면 돼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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